내성적인 소녀 릴리는 수녀원 부속 학교 생활이 고달팠어요. 엄격하고 주의 깊은 수녀원장의 감시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따분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녀의 생생한 상상력뿐이었죠. 릴리는 온갖 허드렛일을 부지런히 해냈어요. 아무리 불공평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죠. 타인의 요구를 무심하고도 침착하게 해치우는 그 모습에는 슬픔과 섬뜩함이 혼재해 있었어요. 아무리 억울해도 아무리 반항심이 들어도 모두 우렁잇속 같은 상냥함 속에 감춘 채 드러내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만약 무엇이라도 잘못되거나 그르치게 되면 감자처럼 생긴 요정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죠. 이들은 릴리가 시선을 던지고 싶지 않을 모든 대상에 분홍색 페인트칠을 해서 행복한 느낌으로 덮어준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요정들은 실재하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릴리의 잠재의식이 꾸며낸 것일까요? 어쩌면 릴리는 머지않아 제정신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릴리는 자신을 극복하고 힘겨운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불가사의한 상황 속에서 모습을 감춘 절친 에드나를 찾아내고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공포에 직면하기 위해서 말이죠.